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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00만 원에서 17억까지 9화 – 마지막 750

    2,500만 원에서 17억까지 9화 – 마지막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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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00만 원에서 17억까지 9화 – 마지막 750

    "여보, 쌀 떨어졌어요." 짜내고 짜낸 750만 원으로 시작한 생바. 30개가 700개가 되기까지, 그리고 맥스 세 번.

    다시 높게 쌓인 칩 앞의 회장님과 창수

    등장인물

    • 배창수: 세부에서 가이드로 일하는 전 정켓 에이전트. 회장님의 마지막 판을 지킨다.
    • 남궁 회장: 부산 건설회사 대표. 짜내고 짜낸 750만 원을 들고 나간다.
    • 병풍들: 워터프런트 마바리장에서 회장님 뒤로 몰려든 현지인들.
    • 핏보스: 워터프런트 테이블의 맥스를 올려 주는 남자.

    070

    집전화를 붙잡고 빨래를 너는 회장님
    집전화를 붙잡고 빨래를 너는 회장님

    석 달 동안 회장님 하루는 전화로 시작해서 전화로 끝났다.

    창수 집에 있는 인터넷 전화, 070 번호. 회장님은 그 수화기를 붙잡고 살았다. 100만이든 200만이든, 한국 어딘가에서 돈을 구해야 했다.

    돈을 못 구한 날은 집안일을 했다. 청소를 하고, 빨래를 널었다. 창수 아들과 놀아 줬다. 차를 타고 세부 시내 쇼핑몰에 가서 장난감을 사 주기도 했다. 아이는 회장님을 할아버지처럼 따랐다.

    창수는 회장님을 친형처럼 모셨다. 돈 있을 때는 간이라도 빼 줄 것처럼 하다가 돈 떨어지니까 대접이 달라졌다는 소리, 그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사람은 다 똑같다. 큰돈을 굴리던 사람일수록 작은 것에 상처받는다.

    회장님도 알았을 것이다. 그 대접이 오히려 가시방석이었다는 걸.

    쌀

    쌀 떨어졌다는 전화를 받은 회장님
    쌀 떨어졌다는 전화를 받은 회장님

    어느 날 저녁, 회장님 휴대폰이 울렸다. 한국이었다. 사모님.

    회장님이 받았다. 창수는 부엌에 있었는데도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들렸다. 짧은 한마디였다.

    “여보, 쌀 떨어졌어요.”

    회장님은 아무 말도 못 했다. 한참 수화기를 귀에 대고 있다가 끊었다.

    그날 이후로 회장님은 한국에서 오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750

    방을 알아봐 달라던 다음 날 아침이었다.

    회장님: “창수야. 형 오늘 생바 할란다.”

    생바. 생활 바카라. 큰판 대신 작은 돈으로 조금씩 따서 생활비를 버는 바카라. 한 판에 2억, 2억 5천을 때리던 사람이 생바를 하겠다고 했다.

    그날 열두 시, 한국 돈 750만 원이 들어왔다. 원래 500 정도 온다고 했다. 마른 수건도 짜면 물이 나온다. 회장님은 어딘가에서 짜내고 또 짜내서 750을 만들었다.

    창수: “형님, 혹시라도 이게 지시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회장님: “한국 가야지 뭐. 할 만큼 했고, 갈 데까지 갔는데 안 되는 걸 어쩌겠냐.”

    창수: “큰돈 들어온다고 하셨잖아요.”

    회장님: “그건 기약이 없다. 여기까지만 해 보고 안 되면 들어갈란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750만 원. 30만 페소. 3년 전 COD에서 한 판에 걸던 돈의 30분의 1도 안 됐다. 이 바닥 말로 뱅커 똥만큼밖에 안 되는 돈이었다.

    30개

    회장님 뒤로 몰려든 현지인 병풍
    회장님 뒤로 몰려든 현지인 병풍

    회장님: “오늘은 라푸라푸 그 작은 데 말고 큰 데로 가자.”

    두 사람은 세부 시티 워터프런트로 갔다. 마바리장. 현지인들이 몰리는 일반 테이블 구역이다.

    미니멈 500페소. 맥스는 높아 봐야 10만, 20만.

    회장님이 30개를 꺼냈다. 1만 페소짜리 칩 30개.

    1억 5천을 걸 때도 신중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1만, 2만, 5만을 걸 때도 그보다 더 신중했다. 칩 하나를 놓기 전에 그림을 몇 번이나 다시 봤다. 이게 인생 마지막 돈이었다.

    먹고, 먹고, 먹고.

    한국 사람이 5만, 10만씩 때리기 시작하자 테이블 뒤로 현지인들이 몰려들었다. 병풍이 쫙 섰다. 그리고 회장님이 건 자리 뒤에 자기 칩을 얹기 시작했다. 300페소, 500페소. 회장님 운에 올라타려는 거였다.

    창수는 뒤에서 그 칩들을 정리했다. 맥스를 넘지 않게, 회장님 배팅이 밀리지 않게.

    30개가 150개가 됐다.

    150개

    회장님: “창수야, 올라가자. 여기는 미니멈이 작아서 안 되겠다.”

    두 사람은 VIP 쪽으로 옮겼다. 미니멈을 높이면 맥스도 올라간다.

    회장님 손이 달라졌다. 150개에서 30개, 50개씩 나갔다. 3년 전 그 빠따가 살아나고 있었다.

    회장님: “맥스 올려 달라고 해라.”

    맥스 50만 페소. 3년 전 맥스 800을 외치던 사람이 50에서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쌍줄이 내려왔다. 뱅커 둘, 플레이어 둘, 뱅커 둘. 그림이 계단처럼 깨끗하게 떨어졌다. 회장님은 그 계단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500개.

    500개

    회장님: “옆 테이블 열어 달라고 해라. 맥스 100으로.”

    이제 100개씩 나갔다. 30개, 50개, 100개. 업, 다운, 업, 다운.

    창수는 숨이 막혔다. 솔레어 2층의 적막이 떠올랐다. 카드 긁는 소리. 서걱, 서걱.

    700개.

    700만 페소. 1억 7,500만 원. 750만 원으로 들어와서.

    천만 페소가 코앞이었다. 천만이면 2억 5천. 창수는 속으로 기도했다. 여기서만 멈추시라고. 아니, 천만만 찍고 멈추시라고.

    700개

    맥스가 꺾이는 순간의 회장님과 창수
    맥스가 꺾이는 순간의 회장님과 창수

    회장님이 맥스를 다시 올렸다. 회심의 100.

    죽었다.

    다시 100.

    죽었다.

    다시 100.

    창수는 마지막 판을 기억한다. 플레이어 6, 뱅커 7. 힘 한 번 못 써 보고 한 방에 넘어갔다.

    맥스 세 번이 연달아 꺾였다. 700개가 400개로 쪼그라들었다.

    회장님 손이 다시 칩으로 갔다.

    창수: “형님.”

    회장님 손이 멈췄다.

    창수: “원 없이 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잠깐 쉬셨다가, 식사라도 하시고 하시죠.”

    예전의 회장님은 이런 말에 멈추는 사람이 아니었다. COD 8층에서도, 솔레어 2층에서도.

    회장님은 한참 테이블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칩에서 손을 뗐다.

    회장님: “그래. 알았다.”

    창수가 400개를 정리하는 동안 회장님이 말했다.

    회장님: “창수야. 제수씨하고 애기 좀 불러라. 오랜만에 맛있는 거 먹자.”

    (10화에서 계속)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소설입니다. 등장인물 이름은 가명이며, 도박을 권하지 않습니다.